내 인생의 코너스톤 만들기

팅위의 부자가 되는 블로그입니다.

  • 2025. 4. 9.

    by. 팅위

    목차

      1. 언어의 원형은 ‘말’이었다: 구술 언어의 본질과 시작

      사람들은 당연하게 글을 읽고 쓰지만, 사실 인간 언어의 시작은 ‘말’이었다. 인류가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은 수십만 년 전으로 추정되며, 문자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실제로 문자가 만들어진 역사는 고작 5000년 남짓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구술’에만 의존해 살아왔으며, 그 속에서 언어는 기억되고 전승되었다.
      구술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언어다. 음성은 시간 속에 사라지지만, 그 순간만큼은 강력한 전달력을 갖는다. 예를 들어, 부족사회에서 전해 내려오는 신화나 전설은 모두 구술로 이어졌고, 이야기꾼은 공동체의 ‘살아 있는 기록장치’였다. 한국의 ‘판소리’, 서아프리카의 ‘그리오(전통 음악가이자 이야기꾼)’, 미국 원주민들의 의식적 구술문화 등은 문자 이전의 사회에서 구술이 얼마나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구술 언어의 핵심은 즉흥성, 반복, 청자 중심이다. 말하는 사람은 그 자리의 분위기와 반응에 따라 표현을 바꾸고, 내용을 반복하며, 청중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점이 문자 언어와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말을 쓰는 것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결과 정체성 형성의 과정이기도 했다.

      2. 문자의 등장: 말에서 기록으로의 거대한 도약

      구술 언어가 인간 언어의 시작이었다면, 문자는 인간 사고의 확장을 가능케 한 ‘기술적 혁명’이었다. 문자는 단순히 말의 흔적을 남기는 기능을 넘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되었다. 그 시작은 기원전 35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사용된 설형문자였다.
      문자의 도입은 지식의 보존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이전까지는 기억에 의존해야 했던 정보들이 문자로 기록되면서, 사람들은 더 복잡하고 긴 이야기, 추상적인 개념, 법과 제도를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함무라비 법전이다. 이 법전은 수천 년 전 바빌로니아 사회의 규칙을 문자로 명시했으며, 그로 인해 공동체는 구체적인 기준과 권위를 얻게 되었다.
      또한, 문자는 정보의 축적과 분화, 분업을 가능하게 했다. 구술 사회에서 지식은 특정 사람만이 구두로 전달할 수 있었지만, 문자 사회에서는 누구든지 읽고 쓸 수 있다면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 중국의 한자, 이집트의 상형문자, 마야 문자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문자의 형태를 발달시켰지만, 공통적으로 ‘기억의 외부화’를 이룬 기술이었다.
      결과적으로 문자는 지식의 민주화와 집단 사고의 출발점이 되었고, 인간 사회는 단순한 소통을 넘어서 기록의 힘으로 움직이는 문명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구술 언어와 문자 언어의 차이는 어디서 시작될까?

      3. 구술과 문자의 충돌: 두 언어 체계는 어떻게 다를까?

      구술 언어와 문자 언어는 단지 표현 방식이 다를 뿐 아니라, 사고방식 자체도 다르게 만든다. 이는 언어학자 월터 옹(Walter Ong)의 연구에서도 자세히 다뤄졌다. 그는 구술 사회에서는 말이 일회성, 청자 중심, 관계 중심의 특성을 띠는 반면, 문자 사회는 고정성, 저자 중심, 정보 중심의 특성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
      구술 언어는 ‘지금 여기’에 있다. 말은 사라지지만, 청자와 화자가 같은 공간에 존재하며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반면, 문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고대의 글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필자와 독자가 단절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석의 다양성을 낳는다.
      문장의 구조와 내용
      구술 언어는 짧고 단순한 문장이 많고, 반복과 상투적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예: “옛날 옛적에~”, “그래서 말이야~” 같은 구절은 기억과 암기를 돕기 위한 장치였다. 반면 문자 언어는 문장이 길고, 복잡하며, 논리적 구성과 구문 구조가 명확하다. 이는 독자가 직접 읽고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체성과 권위의 차이
      구술 사회에서 언어는 개인의 목소리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말하는 사람의 억양, 표정, 감정이 담기기 때문이다. 반면 문자 언어는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어떤 목소리로 쓰였는지를 쉽게 알 수 없다. 익명성과 권위의 추상성이 문자 언어의 특징이다.
      결국 두 언어 체계는 단순한 형식의 차이를 넘어서, 인간 사고 방식 자체를 형성하는 프레임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4. 디지털 시대의 언어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구술과 문자의 융합

      21세기, 우리는 문자 언어와 구술 언어가 다시 융합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유튜브, 팟캐스트, 음성 메신저, 인공지능 음성 비서 등은 구술적 소통의 부활을 의미하며, 동시에 SNS나 채팅 앱을 통한 짧은 문자는 문자 언어의 극단적 축소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구술성(Digital Orality)
      영상 기반 콘텐츠의 유행은 ‘말하기’의 복귀를 보여준다. 유튜버, 스트리머, 인플루언서의 커뮤니케이션은 구술 언어의 특성과 매우 유사하다. 표정, 억양, 리듬이 모두 콘텐츠의 일부분이며, 이는 구술 언어가 가진 현장성과 감정 전달력을 극대화한다.
      문자 언어의 구술화
      반대로 이모지, 줄임말, 감탄사 중심의 채팅 언어는 문자가 점점 ‘말’처럼 사용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ㅋㅋ”, “ㅎㅇ”, “ㅇㅋ” 같은 표현은 음성 언어의 속도와 감정을 담은 문자 언어의 새로운 변형이다.
      AI와 음성 인식 기술의 결합
      인공지능 기술은 사람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거나, 반대로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방식으로 구술과 문자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구술 언어는 다시 기록되고, 문자 언어는 다시 말로 되살아난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일한 방향이 아닌, 양방향적·융합적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술과 문자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공존하고 있는 중이다.

      5. 구술과 문자의 차이는 언어의 미래를 보여준다

      구술 언어는 인간 본연의 본능이며, 문자 언어는 인간의 사고가 남긴 흔적이다. 우리는 말로 연결되고, 글로 기억하며, 두 언어 체계를 넘나들며 살아간다. 그 차이는 단지 표현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세계 인식과 사고 양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언어학적 지표다.
      이제는 둘 중 하나가 우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쓰이느냐가 중요해졌다. 우리는 지금, ‘말처럼 쓰고, 쓰듯이 말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언어 체계 속에 살고 있다. 구술과 문자의 경계에서 탄생한 이 새로운 소통의 양상은, 언어의 미래를 재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인간의 목소리가 있다.